신진오 회장님 페이스북 담벼락 통해 알게된 책인 권용주님의 <이기적 유전자 사용매뉴얼>.
신 회장님께서 이틀 동안 (6/15~6/16) 총 12개의 글을 남겨 주셨다.
아래는 신진오 회장님께서 발췌하신 내용을, 내가 정리 및 소화하기 위해 그대로 옮겨 본다.
1.
인류가 느끼는 결핍은 현실적 스트레스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인류의 생존을 돕는 대단히 적응적인 기능을 담고 있었다. 진화생물학에서의 '적응'은 국어사전적 의미와는 다르다. 단순히 생물이 어떤 환경에 맞추어가는 과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이득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즉 어떤 생김새나 행동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면 생물학적으로 '적응적'이다. 그러므로 이익을 따지는 측면에서 보면 진화론은 분명 경제학이다.
2.
종교는 같은 신념을 지닌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 사랑받지 못한 자나 외로운 자는 교회나 절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치유 효과가 발생하고 더욱 신앙심이 깊어진다. 치유 효과는 종교 때문이 아니고, 개체가 집단 안에서 느끼는 안도감과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의 느낌이 애정의 결핍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애정결핍으로 유발되는 이른바 '유전자병'은 수술이나 약으로 해결되기보다는 그 유전자의 욕망을 채워주는 사랑의 힘으로 해결되는 게 맞다.
3.
새로운 유전자 조합은 종의 다양성을 강화시킨다. 침입한 기생충의 공격전술에 무방비로 노출된 부모의 몸과는 다르게, 유전자 조합을 통해 변이를 일으킨 자식세대의 신종 방어체계는 쉽게 뚫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침입자인 기생생물과 이를 방어하는 숙주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끝없는 군비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학자들은 진화적 군비경쟁이라고 부른다.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결국 이 이론대로라면, 유성생식의 수단인 '섹스'는 기생충 박멸을 위해 존재한다.
4.
감기 때문에 죽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이는 숙주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숙주를 살려둠으로써 스스로 돌아다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기생충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려서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숙주를 살려두되 독성이 너무 떨어져도 안 된다. 독성이 너무 약하면 기생충이 숙주의 면역체계를 뚫지 못해 침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적당히 타협하면서 자신의 독성을 진화시킨다. 역시 균형이 중요하다. 여기서도 최적화 이론이 적용되는 것이다.
5.
불행을 느끼게 하는 상대적 빈곤감은 물질을 축적하는 기술의 발달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현대에 들어서 손쉬운 부의 교환과 축적수단인 화폐가 발달하고 은행이라는 재화의 저장수단이 생기면서 개개인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감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강화된 상대적 빈곤감은 물질에 대한 결핍을 한없이 채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불을 댕겼다. 급기야 불필요한 것마저 소유하도록 충동질을 한다. 이젠 적당한 시점에서 멈추게 해줄 제어장치가 필요해진 것이다.
6.
아인슈타인은 잠을 많이 자기로 유명했다. 그는 잠자기 직전에 그날 연구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머릿속에 질문으로 남겨두고 자면, 수면 중에 자신의 뇌가 해답을 찾아주는 경험을 자주 했다고 한다. 꿈에서 우리의 뇌가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고 길을 안내한 효과다. 엉뚱하고 황당한 시도 중에 원하던 해답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잠은 에너지 충전을 위한 보약이고 꿈은 상상의 정원이다. 꿈은 돈이 안 드는 안전한 여행을 제공한다.
7.
자연도태의 위험을 피한 날씬한 근육형의 남성들만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계속해서 후손에게 물려준다. 구석기인의 몸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 남성의 '날씬 유전자'에게는 '비만의 추억'이 없다. 초원을 뛰어다닐 일이 없는 현대의 남성들은 축적된 지방 덩어리를 소비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틀림없이 배에서 비곗덩이를 사라지게 해준다. 특히 걷는 습관은 명약 중에 명약이다. 많이 걸어야 한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8.
속도 경쟁만 하다보면 다리를 길고 날렵하게 진화시켜야 하겠지만, 가늘어진 다리가 쉽게 부러질 수 있다. 빨리 달리되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러므로 동물은 각자가 살아가는데 가장 최적의 정도를 찾아 진화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자연이 생사를 결정하여 개체 수를 조절한다. 수요와 공급도 그렇게 맞춰진다. 자연은 그런 의미에서 유능한 경제학자다.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되 너무 욕심을 부릴 수 없게 최적화한다.
9.
자기의 분수를 알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며, 넘치기 전에 적당한 곳에서 그칠 줄 알면 된다. 현악기의 줄처럼 각자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켜야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이 나온다. 중용의 덕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천국이다. 천국과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다. 깨달은 자에게는 지금 살아서 숨 쉬고 있는 사바세계가 바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천국의 캔버스다. 무엇을 그려나갈지는 자기다움을 찾은 이의 몫이다.
10.
뭘 모르고 덤빌 때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다.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운 지식이 산지식이다. 잘 모르니까 거칠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공의 확률이 더 높아진다. 약간의 무지는 도전의 어머니다.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겠지만, 너무 많이 알아도 걱정이다. 자칫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는다. 웬만큼 개념파악이 됐으면 작게라도 일단 한번 움직여보자. 그것도 한 가지 멋진 방법이다.
11.
달려온 세월이 허망한 중년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느림의 미학을 배울 일이다. 느림의 미학은 채집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새로운 잔재미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집하려면 당장 삶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 지난 세월 동안 달리는 말 위에서 산을 구경했으니 기억에 남는 즐거움이 별로 없는 것은 당연하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은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아닌 까닭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속도에 반비례한다.
12.
천천히 걸어라. 너무 빨리 뛰면 그림자가 미처 따라오지 못할지 모른다. 아니다. 그림자는 잃어버려도 된다. 하지만 당신의 영혼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낙오하는 날, 삶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기 바란다. 천천히 걸어야 많이 볼 수 있다. 천천히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 등산이든 마라톤이든 처음부터 죽기살기로 뛰는 자는 낙오한다. 인생은 느긋하게 가는 자가 결국 완주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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